경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야기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은 개인 소비자들의 경쟁이론이다. 유럽인에게 이 심리적 가치이론은 착취이론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경쟁적 선택이론이 소비자를 위한 반트러스트법(1890)으로 귀결되었다. 비록 오스트리아 학파의 가치이론이 189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논의되기는 했지만 셔먼 상원의원의 반트러스트법의 입법 투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가치이론과 1890년대의 반독점 개혁들은 19세기 후반의 ‘개인주의’ 발호의 상징 또는 그 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초기 가치이론들은 당시 지배적이던 자연과학의 여러 기계론적 이론에 내재한 유사성을 모방하고 있었다. 즉, 이들 기계론적 이론은 갈릴레오나 뉴턴의 중력 이론 그리고 작용·반작용 이론, 균형 이론 등의 유추에서 출발하였다. 그런 다음 1810년 이후 라부아지에의 화학적 인력과 척력이 의해, 그리고 1830년 이후 패러데이의 자극 이론에 의해, 또한 1859년 이후에는 맬서스의 기하급수적 인구증가 이론과 다윈의 생존투쟁 이론에 의해 가치이론의 외연이 확장되었다.

그러나 자연과학자들은 인간 의지가 개입하는 가치나 가치평가 과정에 대해서 탐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치’가 아니라 물리력과 관련된 ‘사실’에 대해서만 연구했다. 이들에게 가치란 다윈의「인류의 유래(1870)에서 보듯 공감이나 사랑, 양심 등과 같은 주관적 감정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이 주관적 ‘에너지’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자연과학자들은 프로이트의 병적이고 비정상적 인간의 병리적이고 기계적이며, 화학적인 반작용을 다루는 정신분석학을 의학으로 격상시켜 과학의 목록에 포함시켜 주었지만 건강한 성인의 법적 경제활동을 다루는 경제학은 그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자연과학자들이 과연 무엇 때문에 경제학을 과학의 목록에서 제외시켰는가 하는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한편 미국의 법조계와 금융계는 협상적 가치이론을 탐구하였다. 거의 3백여 년에 걸쳐 법조인은 법정 심리를 통해 인간 의지의 다기화된 모습과 다차원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리하여 법원은 가치이론의 기초를 제공하는 인간 의지의 전모를 법원의 판결을 통해 파악하게 되었다. 1900년에 미국의 금융그룹인 J. P. 모건사와 당사의 법률 고문 딜은 주식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 지주회사를 설립함으로써 반트러스트법을 피해 갔다. 딜은 막후에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젠킨스의 지원을 받아 지주회사법안이 뉴저지 주의회를 통과하도록 로비했다. 이 법은 그 후 20년이 지난 1920년까지 미국 대법원에 의해 유지되었다.

지주회사법을 지지하는 가치이론은 주식과 채권을 포함하여 기업의 기대 계약이행을 보장해 주는 (금융) 시스템에 기초해 있었다. 정통파 경제학자들은 인간 의지의 행태론적 차원을 연구함에 있어 법조계의 조사·연구 실적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로 기계적이고 화학적 힘을 설명하는 자연과학적 방식을 모방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법조인과 은행가의 정치적 이론과 그들의 암묵적 가치평가이론을 연구하게 되자 이들은 가치평가의 기초가 다름 아닌 바로 개인 및 조직인으로서의 인간 의지 전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인간 의지 전체란 자연인 그리고 조직인으로서의 사람이 정치와 행정, 계약의 이행, 기업의 정관, 노동조합, 카르텔 그리고 미국 헌법 등에 대해 작용하고 있는 바 그대로의 전체모습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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